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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장애인 독서전도사 "정인평"

작성자 사진: 북새통북새통



"비단이오, 여기 좋은 비단이 있어요." 비단 장수 역을 맡은 봉사자 서선순 씨(58)가 색색 포장 상자로 만든 비단짐을 들고 교실을 한 바퀴 돌았다. 장터 사람들 역을 맡은 회원들이 차례로 서씨 옷깃을 붙잡고 졸랐다. "저 살래요, 깎아주세요." 이에 서씨는 씩 웃으며 앞에 내놨던 비단짐을 허리 뒤로 재빠르게 숨겼다. "미안하지만유, 우리 엄니가 말 많은 사람들한테는 절대 비단을 팔지 말랬슈, 안되겠슈." 서씨의 구수한 사투리 연기에 모두가 배를 잡고 까르르 웃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북구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 사랑의 집. `책 읽어주는 실버문화봉사단 북북(Book-Book)`(이하 북북) 소속 봉사자 서씨와 정인평 씨(61)가 정신분열 증세를 앓고 있는 정신장애인 6명과 함께 전래동화 `돌부처와 비단장수`를 읽고 있었다. 그림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이들 모두 누가 봉사자고 정신장애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책에 푹 빠져 있었다. 정신장애 3급인 최윤정 씨(43)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렇게 같이 읽으니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북북`은 50대 이상 실버 세대들이 책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방문해 직접 책을 읽어주는 봉사단이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주최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을 받아 2009년부터 전국 할아버지ㆍ할머니 1765명이 어린이집, 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1만7854명과 함께 책을 읽었다. 이날 하루에만 세 번째 수업이라는 봉사자 서씨와 정씨는 한 시간 내내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지친 내색 한 번 보이지 않았다. "수업할 때는 힘든 줄도 몰라요. 책을 읽다 보면 서로 마음이 통하고 대화하게 되는 순간이 와요." 2009년부터 2년째 `북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씨는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박민규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도 챙겨 보는 독서광이다. 정씨는 "이제 책을 볼 때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주면 좋을까를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며 "책을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읽으면 재미가 두세 배로 커진다"고 말했다. 책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인 가을, 북북의 책 읽기 나눔 활동도 계속된다. 사랑의 집은 정신장애인 회원들 성원에 힘입어 지난달 마치기로 돼 있던 북북 프로그램을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사회복지사 김희 씨(30)는 "어르신들이 엄마처럼 따뜻하고 편하게 대해주시니까 심한 정신장애를 지닌 회원들도 쉽게 소화하고 좋아한다"고 전했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북북 실버 봉사자 3600명은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6개 지역 곳곳에서 4만5000명과 함께 책 읽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배미정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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